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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친구

미안하네

미안하네

 - 강아지의 주검 앞에 

 

 

행전 박영환

 

 

그 아이들의 시신을 묻었다

티없이 맑은 백설같은 그들은

죽어서도 고왔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눈이 마주쳤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

애절한 그 눈동자에게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팠다

 

아름답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모두 살아날 권리가 있고

모두 지켜줄 의무가 있건만

그 약속들이 겨울의 찬바람을 넘지 못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겨울에 태어나지 말고

제발 가난한 어미에 의해

버려진 농막에

태어나지 말아라

 

사람만 계급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강아지의 세계에도

계급이 있는 것이 너무 슬프다

 

잘 가시게

명복을 빈다

미안하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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