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네
- 강아지의 주검 앞에
행전 박영환
그 아이들의 시신을 묻었다
티없이 맑은 백설같은 그들은
죽어서도 고왔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눈이 마주쳤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
애절한 그 눈동자에게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팠다
아름답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모두 살아날 권리가 있고
모두 지켜줄 의무가 있건만
그 약속들이 겨울의 찬바람을 넘지 못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겨울에 태어나지 말고
제발 가난한 어미에 의해
버려진 농막에
태어나지 말아라
사람만 계급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강아지의 세계에도
계급이 있는 것이 너무 슬프다
잘 가시게
명복을 빈다
미안하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