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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 밟기 읍성 밟기 행전 박영환 이월 초하루 매화꽃 터지는 날, 깃발을 앞세운 풍물단 길을 잡으면 청도읍성에 남녀노소 모여 긴 대열을 만든다 남자들은 읍성을 지키고 여자들은 성벽을 튼튼하게 다지면서 무기로 활용할 돌을 머리에 이고 운반을 했다 그 유비무환의 정신, 어찌 옛일로만 돌릴 것인가 오늘에도 잊지 않고 민속행사로 이어졌다 한 바퀴 돌면 건강해지고 두 바퀴 돌면 오래 살고 세 바퀴 돌면 소원성취라 1570보 성곽을 돌아 연못 위에는 그림자까지 같이 동행을 하는 축제 그래서 성곽은 또 한 번 다져져 튼튼한 나이테를 얻었다
경칩 경칩 행전 박영환 개구리가 두꺼운 이부자리를 개는 날 봄이 하늘과 땅속으로 스며들며 물오른 가지사이로 도란도란 어깨동무를 한다 경칩, 개구리만 일어나랴 첫정의 연인들도 있다 가슴에 은행씨앗을 품었다 달빛 부르는 암수나무 앞에 합장한 저 모습 그렇게 기다려놓고 참인가 놀라는 가슴에는 엿듣지 않아도 콩닥콩닥 파도를 타는 박동 그래 마음껏 사랑하게 박수를 보내자 손을 꼬옥 잡아라. 오래오래 놓지 말아라 동행은 행복이다 오늘은 축복의 날 너무 아름답다. *경칩날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이날은 연인들끼리 사랑의 징표로 은행씨앗을 선물하며 암·수나무를 같이 돌던 토종 연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감기 감기 행전 박영환 별로 친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녀석들은 눈치도 없이 수시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녀석들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문고리를 걸어 잠그지만 동작이 어떻게나 잽싸든지 당해내지를 못하겠다 불청객 녀석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신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으름장을 놓으려다가 그래도 큰맘 먹고 따끈한 꿀물을 타서 선심을 써보지만 쉽게 물러날 줄 모른다 기어이 핵탄두를 실은 주사기 맛을 봐야 하나 이것쯤이야 하고 가볍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렇게 되기도 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당해내기가 버겁다 이 녀석들은 못된 것은 어찌 그렇게 잘 배우는지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꼬리를 내리지만 약한 것을 알면 끈질기게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