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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겨울산 행전 박영환 나무도 겨울이 되면 좀 쉬고 싶은지 모른다. 지난 계절 어느 한 때 편하게 쉰 적이 있는가. 봄은 새싹의 성화에 잠을 설치고 여름은 무거운 잎들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 가을도 열매들을 키우느라 밤낮이 없다. 거기에다가 단풍들의 단말마도 가슴을 때리는 슬픔이다. 하루도 제날이 없었던 것이다. 겨울이 되면 비로소 새싹이며 잎이며 열매, 단풍들에게 일단 조금은 벗어나 짐을 내려놓는 것이다. 폭포며 계곡도 왜 쉬고 싶지 않겠는가. 굉음으로 큰 소리 콸콸 흘려보내는 것을 보고 찬양들을 하기에 가끔 우쭐한 마음에 호기도 부려보지만 그것도 잠시이다. 이제 겨울, 두꺼운 얼음 이불 한 장 푹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날 깨우지 마, 미끄러져 떨어져도 나, 책임지지 않아. 그의 동면에 대한 의지는 아..
검은 보석 검은 보석 - 태백 석탄 박물관에서 행전 박영환 검은 보석인 석탄 그대를 만난다니 괜히 가슴이 뛴다 오래 전에 그대 모습처럼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하얀 눈 속에 슬라이드 장면처럼 선명하게 일어서는 검은 추억들 마침 영하 12도, 시린 손 끝에 드디어 연탄집게 하나를 들었다 그대만큼 등도 따뜻하게 하고 배도 따뜻하게 하던 것은 없었다 밥 한 그릇 뚝딱하고 연탄 방에 배를 깔고 누워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길들이기 힘든 심술도 있었다 옷이며 손, 얼굴까지 사정없이 검게 굴복시키고는 멀게 할 테면 해보란 듯 버릴 테면 버려 보라는 듯 눈을 부라렸다 그것뿐인가 노곤하게 잠든 사이 가스 선물로 비틀거리게 하여 구급 사이렌 소리 울리게도 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그대였지만 우리는 날이 새면 다시 그대 ..
겨울 불영사 계곡 겨울 불영사 계곡 박영환 참, 용하다 철저히 벗어버렸다 영하 12도 쓸어버릴 듯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도 오히려 더 천연덕스럽게 벗어버린 부처님 못 가운데 그림자 드리워 미소짓는다 계곡의 산들도 훨훨 벗어버린 나무며 바위, 물소리 데리고 이 못가에 모여든다 그러고보니 벗지 못한 것은 사람들 결단코 지지 않으려는 듯 껴입고 또 껴입었다 아무래도 이 못 속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그림이다. * 경북 울진 불영사는 산위의 부처님 그림자가 절안 못 속에 비치고 있기 때문에 불영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