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행전 박영환
나무도 겨울이 되면 좀 쉬고 싶은지 모른다. 지난 계절 어느 한 때 편하게 쉰 적이 있는가. 봄은 새싹의 성화에 잠을 설치고 여름은 무거운 잎들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 가을도 열매들을 키우느라 밤낮이 없다. 거기에다가 단풍들의 단말마도 가슴을 때리는 슬픔이다. 하루도 제날이 없었던 것이다.
겨울이 되면 비로소 새싹이며 잎이며 열매, 단풍들에게 일단 조금은 벗어나 짐을 내려놓는 것이다.
폭포며 계곡도 왜 쉬고 싶지 않겠는가. 굉음으로 큰 소리 콸콸 흘려보내는 것을 보고 찬양들을 하기에 가끔 우쭐한 마음에 호기도 부려보지만 그것도 잠시이다. 이제 겨울, 두꺼운 얼음 이불 한 장 푹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날 깨우지 마, 미끄러져 떨어져도 나, 책임지지 않아. 그의 동면에 대한 의지는 아주 강하다.
그러고 보니 바위만 좀 이상하게 되었다. 병풍이 되느니 어쩌니 하면서 추어주는 통에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사방이 내려놓는다니, 잠을 청한다느니 하니 말이다.
하기야 바위인들, 어찌 쉬고 싶지 않을까. 바위도 마냥 바위는 아니다. 그래요. 이참에 그대도 잠시 눈을 붙이시오.
이제 산짐승과 새들이 말썽이다. 살아 있는 것들은 먹이가 있어야 하니 이리저리 헤매며 보채고 있다.
또 하나 더 있다. 사람들. 산짐승 중에는 체면이 있어 동면에 들어간 녀석이 있다. 사람들은 동면이 없다. 겨울산도 의미가 있다는 둥 대단한 발견이나 한 듯이 들이닥치니 도대체 쉴 수가 없다는 전언들.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 민망하다. 이왕 들어온 김에 어떻게 쉬면 잘 쉬는지 한 수 배워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