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행전 박영환
별로 친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녀석들은 눈치도 없이 수시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녀석들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문고리를 걸어 잠그지만
동작이 어떻게나 잽싸든지 당해내지를 못하겠다
불청객 녀석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신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으름장을 놓으려다가
그래도 큰맘 먹고 따끈한 꿀물을 타서 선심을 써보지만
쉽게 물러날 줄 모른다
기어이 핵탄두를 실은 주사기 맛을 봐야 하나
이것쯤이야 하고 가볍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렇게 되기도 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당해내기가 버겁다
이 녀석들은 못된 것은 어찌 그렇게 잘 배우는지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꼬리를 내리지만 약한 것을 알면 끈질기게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