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곶자왈 곶자왈 행전 박영환 태고의 숲길, 휘파람 부는 바람을 따라 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라며 내어놓은 어깨인데 어쩐지 짐이 무겁다 뿌리는 전설을 만들 듯 땅 속을 헤집고 가지는 태양을 향해 하늘로 내닫는다 살풀이 굿이라도 하듯 간절한 염원으로 칼날을 밟고 있다 휘어질 힘이 없어도 잠깐의 휴식도 허락받지 못하는 비애가 있는 곳 먼저 태어났다고 어른인 체 할 수 없고 뒤에 왔다고 나그네가 아닌 처음부터 내 편은 없고 우리만 있는 땅 제몸을 베어내어도 향기를 만든다고 했던가 그 향기, 아니라고 하는 그만두라고 하는 외침일지 몰라 영원한 승자는 없는 것,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살다가 조용히 마감하면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생명이 그들의 역사를 찬미한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환상의 신비가 오감을 흔든다. 내, 니 거짓말 하는 줄 내, 니 거짓말 하는 줄 행전 박영환 오래 전에 수학여행을 인솔하여 이곳 주상절리에 왔을 때 우리 반에 경수란 녀석이 신이 빚은 듯한 분위기에 취했는지 갑자기 앞에 가는 현아에게 용암이 분출되듯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니 좋아한다.” 현아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니 안 좋아한다.” 주상절리는 25만 년 전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의 수축작용으로 틈이 생긴 것이다. 두 아이도 그렇게 네 갈래, 여섯 갈래로 각이 지는 가 싶었는데 경수의 절묘한 응수 “내, 니 거짓말 하는 줄 안데이.” 파도소리는 그 다음 말을 덮었다. 갑자기 오늘 같이 온 아내에게 경수의 그 말을 하고 싶다. ‘허옥조씨, 내 니 좋아한데이.’ 아내도 현아처럼 파도로 씻은 하얀 이를 내를 내어놓고 내, 당신 안 좋아한다고 말.. 운문댐 망향정에서 운문댐 망향정에서 행전 박영환 그리움을 지울 수 있는 것은 만남이다 고향을 용왕에게 바친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룰 수 없는 영원한 실향민이다 등짝을 때리는 소나기 소리 폭우였다. 계곡을 가득 채운 물 그리고 물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농업용수로 식수로 생명의 물이 되어 출렁인다 그저 그뿐 낯설기만 한 평화가 밀려왔고 그 평화 아래 낯익은 평화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수몰민들은 밤마다 노를 젓는다 좀더 가까이, 그래 여기야 다 왔어 깨어나면 다시 물과 물 하릴없이 소쩍새만 울게 했다 망향정 뜨락에 새겨져 굳어 있는 이름들 우리가 왜 여기 왔소 정자에 사진으로 걸린 마을과 마을 우리는 왜 여기 왔소 아픔을 애써 지우다 말고 낙조도 무너진다. 이전 1 ··· 93 94 95 96 97 98 99 ··· 4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