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니 거짓말 하는 줄
행전 박영환
오래 전에 수학여행을 인솔하여 이곳 주상절리에 왔을 때 우리 반에 경수란 녀석이 신이 빚은 듯한 분위기에 취했는지 갑자기 앞에 가는 현아에게 용암이 분출되듯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니 좋아한다.” 현아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니 안 좋아한다.” 주상절리는 25만 년 전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의 수축작용으로 틈이 생긴 것이다. 두 아이도 그렇게 네 갈래, 여섯 갈래로 각이 지는 가 싶었는데 경수의 절묘한 응수 “내, 니 거짓말 하는 줄 안데이.” 파도소리는 그 다음 말을 덮었다. 갑자기 오늘 같이 온 아내에게 경수의 그 말을 하고 싶다. ‘허옥조씨, 내 니 좋아한데이.’ 아내도 현아처럼 파도로 씻은 하얀 이를 내를 내어놓고 내, 당신 안 좋아한다고 말할지 몰라. 나는 조금도 답답하지 않다. 경수에게 배운 말이 있으니까. ‘내, 니 거짓말 하는 줄 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