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행전 박영환
태고의 숲길, 휘파람 부는 바람을 따라
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라며 내어놓은 어깨인데
어쩐지 짐이 무겁다
뿌리는 전설을 만들 듯 땅 속을 헤집고
가지는 태양을 향해 하늘로 내닫는다
살풀이 굿이라도 하듯 간절한 염원으로 칼날을 밟고 있다
휘어질 힘이 없어도 잠깐의 휴식도 허락받지 못하는 비애가 있는 곳
먼저 태어났다고 어른인 체 할 수 없고
뒤에 왔다고 나그네가 아닌
처음부터 내 편은 없고 우리만 있는 땅
제몸을 베어내어도 향기를 만든다고 했던가
그 향기, 아니라고 하는 그만두라고 하는 외침일지 몰라
영원한 승자는 없는 것,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살다가
조용히 마감하면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생명이 그들의 역사를 찬미한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환상의 신비가 오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