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댐 망향정에서
행전 박영환
그리움을 지울 수 있는 것은 만남이다
고향을 용왕에게 바친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룰 수 없는 영원한 실향민이다
등짝을 때리는 소나기 소리
폭우였다. 계곡을 가득 채운 물 그리고 물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농업용수로 식수로 생명의 물이 되어 출렁인다
그저 그뿐
낯설기만 한 평화가 밀려왔고
그 평화 아래 낯익은 평화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수몰민들은
밤마다 노를 젓는다
좀더 가까이, 그래 여기야 다 왔어
깨어나면 다시 물과 물
하릴없이 소쩍새만 울게 했다
망향정 뜨락에 새겨져 굳어 있는 이름들
우리가 왜 여기 왔소
정자에 사진으로 걸린 마을과 마을
우리는 왜 여기 왔소
아픔을 애써 지우다 말고 낙조도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