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육산에서
행전 박영환
유월 초하루
신록의 눈빛이 초롱초롱한 날
장육산 전설을 따라 정상에 올라가네
희미하지만 심지에 불을 붙인다는 것
가물가물하고 흐릿하여
어쩌면 진실의 경계가 어디인지 몰라도
어딘가 존재했을 그 무엇이 발자국 소리에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희망이 있어 좋다
분명 파도처럼 밀려오는 산맥들의 힘찬 기상을 닮은
우렁찬 말발굽소리, 창공을 가르는 장군들의 함성이
산의 높이를 더해 갔으리라
쉼 없는 옥천수에 목을 축이고 난 뒤
몸도 누이고 마음도 누이는 육장굴에서
내일을 위한 다짐을 했을 것이다
떨어질 듯 떨어질 듯 그래도 결코 떨어지지 않고
굴 상판을 받들고 있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 역시 전설의 몫인가
장육산에 길을 묻는 바람이 불어와
식지 않는 전설을 입맞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