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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역 청도역 박영환 청도역에 오면 청도 반시가 익어가고 왕방울 눈을 부라리며 전의를 불태우는 황소의 포효가 있다. 오는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는 이 흐뭇해 이빨을 내어 놓는다 그 모습에 괜히 어깨를 쭉 편다 손을 꼬옥 잡은 노부부는 부모님 같고 배낭을 메고 온 젊은이는 자식들 같아 의자를 권하며 정말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라고 한 마디 건넨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그 대답 돌아오면 싱긋 웃는다 떨어져 있어도 늘 머물러 있는 곳 추억의 샘은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향수를 만들어 열차의 바퀴 따라 필름을 풀어낸다 기적소리와 함께 떠나고 있지만 돌아올 나를 위해 청도역은 언제나 자리 하나를 비워놓고 있다 이름만 떠올려도 고마운 곳 머리에 흰 수건을 쓴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다
죽지마 죽지마 행전 박영환 '죽지 마' 망망대해 파도 위에 돌고래 한 마리 병을 얻어 마지막 가쁜 숨을 내쉬자 온 바다의 돌고래들 가슴 태우며 모여들어 부리와 부리로 떠받치며 안간힘을 다하다. 끝내 그는 숨을 거두었지만 가는 길 외롭지 않았다. "셩님아, 아프지 말거래이" 경남 의령 어느 마을 여섯 할머니 서로를 의지하며 형님 아우로 살고 있다. 큰 형님 병을 앓아 자리에 누웠다. 다섯 아우 눈물 펑펑 쏟으며 밤을 새운다. 우리 형님, 몸은 아파도 마음만은 행복하다. 그 바다와 그 마을은 내가 아닌 우리로 사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 물빛도 아릅답고 산새도 곱게 운다.
잣대 지키기 잣대 지키기 행전 박영환 우리들 삶의 과정은 자의든 타의든 일정한 잣대를 만들기도 하고 또 타인이 만든 잣대에 의해 구속되기도 한다. 잣대를 잘 지키면 정상적이라고 판정되며 그렇지 못할 때는 비정상적으로 비쳐진다. 그런데 정상과 이상의 기준도 모호할 때가 많다. 이상한 것이 정상으로 보이기도 하며 정상적인 것이 이상하게 보일 때도 많은 것이다. 학생들이 결석하면 담임은 출석부에 결석종류를 표시한다. 그 때 잣대는 이렇다. 몸이 아파 결석을 하면 병결이고 본인의 태만으로 결석을 할 때는 사고결이다. 그런데 이따금 나는 태만한 학생을 사고결로 처리하다 말고 갈등을 느낄 때가 있었다. 마음의 병은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멀쩡한 아이라면 어찌 다른 아이들이 가방을 들고 등교할 때, 학생 출입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