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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 손목시계 행전 박영환 어머니는 손목시계처럼 살다 가셨다 없는 듯이 손목에 걸려 숨어 있다가 필요하면 시간을 가르쳐주는 존재 늘 소매의 찬바람에 깜짝깜짝 놀랐다 기둥시계가 기둥을 두드리며 요란을 떨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나도 속이 있는 여자라고 한 번이라도 외쳤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것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행전 박영환 별을 머금고 하루를 내려놓는다 소매 끝에 울고 있는 녀석이 있어도 등을 두드린다 바람 한 줄기도 할 말이 있어 댓돌 위에 올라서려다가 다시 신을 신고 사립문을 나선다 산새도 잠이 들었는지 고요하다. 모두 내려놓았다고 일기를 적는데 만년필촉에 남아 있는 녀석들 잉크에 잠수를 시켜도 질식하지 않고 가슴에 파고들어 머리통을 눕힌다 오늘밤도 밀어내지 못하고 곁에 재워주며 뒤척일 때마다 이불자락을 덮어주고 만다 무소유 스님의 “나는 누구인가” 화두가 가슴을 때린다 참으로 허술한 번민에게 밤을 내어주는 “나는 누구인가”
해, 당신이여 해, 당신이여 행전 박영환 의연한 햇살이거느리고 산 당신은 턱을 서산에 걸어도 아침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진홍의 둥근 얼굴 그대로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리를 바꾸어 산의 이름이 다를 뿐 처음과 끝이 같다. 진실로만 승화된 당신이여 그 이름은 우연이 아니다. 당신은 행복의 역사 다가가 황홀한 포로가 된다. 어둠이 잠시 당신을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당신께서 다가올 웅혼한 아침을 기다리며 다시 동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