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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 물때 행전 박영환 금방 물이 가득하다가도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바닥이 드러난다 제아무리 붙들고 싶어도 달아나는 물은 어쩔 수 없고 제아무리 싫어도 달려오는 녀석을 막을 수 없다 하루에 두 번씩 간조(干潮)와 만조(滿潮)가 있다 바다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들은 이미 알고 있다 썰물 때는 바닥에 앉고 밀물 때는 물결 위를 난다 물때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물때 모르는 새는 없다
안개 안개 행전 박영환 안개가 몸살을 앓는 스무사흘 새벽에 칠순의 할머니가 따는 해초에 비까지 묻어 운다. 식당은 늙었다고 받아주지 않아도 바다는 마음이 좋아 받아 주는 것이 고맙다고 웃는데 틀니도 같이 웃어볼거라고 침을 묻힌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해초를 건지는 중이라며 묻지 않은 물때며 가족사까지 풀어놓았다.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지만 소식 끊긴 자식이 생활비를 줄 리 없고 팔아서 돈을 만들 것이 분명한데 집에 가서 소다 넣고 삶아서 식초와 고추장으로 무치면 새콤달콤 먹을 만하다고 손도 크게 한 보따리 앵긴다. 아침 운동하러 간 터라 가진 돈이 없어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할머니 물장화 위에 얹어 두고 왔는데 아무래도 힘들여 딴 노인을 생각하면 그냥 받는 것이 마음에 걸려 빨리 집에 와서 돈을 가지고 나갔는..
비새할매 비새할매 행전 박영환 올 데 갈 데 없는 할머니가 있었다. 별명이 비새할매이다 온종일 비새처럼 조잘조잘 말이 많았다. 피붙이 하나 없이 남의 집에 가서 명도 자아 주고 베도 짜주면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속에 들은 이야기 전부 뱉어내었다. 비새할매는 비새가 요란스럽게 울던 날 저 세상으로 갔다. 지게 위에 주리혀 메고 청산 갈 때도 비새는 악을 쓰며 울었다. *비새 - 우리 고향마을에서는 귀청이 따갑도록 종일 우는 새를 비새라고 불렀습니다. 그 새이름이 실제는 다른 이름이 있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