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친구

안개

 안개

 

                                                     행전   박영환

 

 

안개가 몸살을 앓는 스무사흘 새벽에

칠순의 할머니가 따는 해초에 비까지 묻어 운다.

식당은 늙었다고 받아주지 않아도

바다는 마음이 좋아 받아 주는 것이 고맙다고 웃는데 틀니도 같이 웃어볼거라고 침을 묻힌다.

먼 바다에서 밀려온 해초를 건지는 중이라며 묻지 않은 물때며 가족사까지 풀어놓았다.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지만 

소식 끊긴 자식이 생활비를 줄 리 없고 팔아서 돈을 만들 것이 분명한데

집에 가서 소다 넣고 삶아서 식초와 고추장으로 무치면 새콤달콤 먹을 만하다고 손도 크게 한 보따리 앵긴다.

아침 운동하러 간 터라 가진 돈이 없어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할머니 물장화 위에 얹어 두고 왔는데

아무래도 힘들여 딴 노인을 생각하면 그냥 받는 것이 마음에 걸려

빨리 집에 와서 돈을 가지고 나갔는데

노인은 벌써 자리를 뜨고 허리 구부정한 파도만 노인이 건지다 만 해초를 바다에 밀어넣고 있었다.

안개가 자꾸 소다가루를 먹는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초  (0) 2022.10.14
물때  (0) 2022.10.14
비새할매  (0) 2022.10.14
손목시계  (0) 2022.10.14
나는 누구인가  (0)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