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행전 박영환
별을 머금고
하루를 내려놓는다
소매 끝에 울고 있는 녀석이 있어도
등을 두드린다
바람 한 줄기도
할 말이 있어 댓돌 위에 올라서려다가
다시 신을 신고 사립문을 나선다
산새도 잠이 들었는지
고요하다.
모두 내려놓았다고 일기를 적는데
만년필촉에 남아 있는 녀석들
잉크에 잠수를 시켜도 질식하지 않고
가슴에 파고들어 머리통을 눕힌다
오늘밤도 밀어내지 못하고 곁에 재워주며
뒤척일 때마다 이불자락을 덮어주고 만다
무소유 스님의
“나는 누구인가”
화두가 가슴을 때린다
참으로 허술한 번민에게 밤을 내어주는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