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역
박영환
청도역에 오면
청도 반시가 익어가고
왕방울 눈을 부라리며
전의를 불태우는 황소의 포효가 있다.
오는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는 이 흐뭇해 이빨을 내어 놓는다
그 모습에 괜히 어깨를 쭉 편다
손을 꼬옥 잡은 노부부는 부모님 같고
배낭을 메고 온 젊은이는 자식들 같아
의자를 권하며
정말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라고 한 마디 건넨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그 대답 돌아오면 싱긋 웃는다
떨어져 있어도
늘 머물러 있는 곳
추억의 샘은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향수를 만들어
열차의 바퀴 따라 필름을 풀어낸다
기적소리와 함께
떠나고 있지만
돌아올 나를 위해
청도역은 언제나 자리 하나를 비워놓고 있다
이름만 떠올려도 고마운 곳
머리에 흰 수건을 쓴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