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행전 박영환
아버지는 바리캉으로 빡빡 밀었다.
엉성한 바리캉 이빨이
머리카락을 물고 늘어졌다
나는 죽는다고 고함을 질렀다
돈 몇 푼 아끼려고 이발소에 보내지 않고
서툰 기술로 아이를 잡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 산소에 예초기 들어갑니다"
서투른 일꾼
소 뜯어 먹듯 듬성듬성 베다가
이마를 찍어 맨살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버지 서툰 자식놈 때문에 고생되지요"
"아니다. 작년에 벌초 대행업체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네 손이 훨씬 따뜻하다"
이제 생각하니
아버지가 깎아주던 손길이
이발사 아저씨보다 훨씬 더 따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