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338)
그 곳의 전신주 그 곳의 전신주 행전 박영환 P 여고에 을 때, 시내 입시 학원에 들른 적이 있었다. 졸업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이른바 ‘추수지도’였다. 재수생들은 학원 복도에서 만나자마자 나의 가슴에 기대어 울음부터 먼저 터뜨렸다. 갑자기 코끝이 매웠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초조한 모습에 구름을 잔뜩 머금고 수척해진 얼굴들이었다. 학원을 방문하기 얼마 전, 대학에 진학했던 아이들의 모교 방문이 있었다. 그 아이들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분명히 2월에 똑같이 졸업을 한 동기생이지만 고등학교 4학년과 대학생은 너무 달랐다. 모교를 방문했던 여대생 아이들은 바로 개선장군인 양 의기양양했다. 우선 모양부터 몰라보게 달라졌다. 잘 손질한 머리, 쌍꺼풀 수술, 귀걸이, 목걸이, 매니큐어, 미니스커트, 손가방, 가죽 구두. 숙녀 티가..
술과 담배 술과 담배 행전 박영환 작품 속에 나타난 ‘술과 담배’에 대해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동기는 없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부수입(?)도 얻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 동기라면 동기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펼치는 또 다른 인생을 음미하며 사색의 밀실로 침잠하는 경우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지만, 때로는 작품이 난삽하고 생경하여 당장 권태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책은 잘 읽지도 않지만, 때로는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에 억지로 읽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는 보상의 차원에서 부수입을 얻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술과 담배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최인호의 ‘술꾼’ 등처럼 아예 제목 자체에 ..
바늘을 삼킨 수학여행 바늘을 삼킨 수학여행 행전 박영환 산골에서 자란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이다. 그런데 그 바다란 것도 지금 내가 매일 건너다니는 영도다리 밑 바다이다. 아무튼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가슴은 한없이 뛰고 설레었다. '바다는 얼마나 넓을까? 색깔은 푸르다고 했지. 푸른 바다에 푸른 하늘은 어떻게 비칠까? 배는 어떻게 그 큰 바다를 두둥실 떠서 다닐 수 있는가? 하이얀 거품을 물고 파도가 출렁이면 우리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갈매기도 볼 수 있겠지’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은 전부 다 동원하였다. 학생 수가 전부 83명이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빠지는 사람도 생겼다. 당시는 월사금(공납금)도 내기가 어려운 집들이 많았기 때문에 경제적 형편으로 불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