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情)주지 않으리 정(情)주지 않으리 행전 박영환 유행가 가사 같은 제목이 갑자기 지나간다. 그러다가 나도 몰래 피식 웃고 만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지. 내가 생각해도 왜 이런 말을 뇌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혁이가 우리 집에 온지 벌써 일년이 넘었다. 혁이는 처남의 아들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부모와 같이 있지 못하고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우리 집에 올 수밖에 없었지만 제 부모의 사정만 풀리면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그 동안 너무 정이 들었다. 이 아이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참, 세상에 고모부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녀석도 이놈밖에 없을 듯하다. 간도 크지. 거기가 어디라고. 제 고모가 깔깔거린다. 때로는 황당할 때도 있다. 늘그막에 어디 작은 집에서 얻어온 아이가.. 해바라기 송(頌) 해바라기 송(頌) 행전 박 영 환 해바라기만큼 진실을 왜곡 당한 꽃도 드물다. 그는 흔히 지조 없이 아부하는 정치인이나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자, 상사의 눈치만 살피는 직장인 등, 출세 지향적인 사람들 앞에 수식어 역할을 한다. 해바라기성 정치인, 해바라기성 학자, 해바라기성 사원이 그것이다. 그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바라기의 속성을 정당하게 평가하기보다는 늘 색안경을 낀 시각에서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주변의 곱지 않는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안일과 영달만 생각한다. 선배, 동료, 후배 등 그의 경쟁 상대가 되는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짓밟는다. 칭찬보다는 헐뜯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모략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운명에 영향을 줄 만한 상급자에 대해서는 비굴한 웃.. 소 눈 소 눈 박영환 소 눈이 과학실 실험대 위에 올라왔다 놀란 눈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자꾸만 그쪽으로 마음이 쏠리는데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예리한 해부용 칼을 들이댄다 공막, 각막, 맥락막, 망막, 홍채, 모양체 걷어내고 수정체를 잘도 적출한다 마음 언짢아 칼을 대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하자 지도하는 과학 선생님, 그저께 다른 반에서 우는 아이 두 명 있었다고 했다 그 말 들으며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뜬금없이 무주 구천동의 어령탑이 왜 떠오르는지. 횟집에서 고기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탑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살생했으니 마음 풀어 달라고 위로하며 제사지내고 있다 과학실에도 그런 탑이 하나 있었으면 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실험하라고 도장 꽉.. 이전 1 ··· 384 385 386 387 388 389 390 ··· 4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