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둡기 전에 어둡기 전에 행전 박영환 어둡기 전에 금촌에 갈 수 있을까 산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떨고 있는 수면 위에 바람의 언어가 적셔놓은 그리운 얼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아직도 상수리나무 열매는 긴 치마폭에서 빠알갛게 얼굴이 젖을까 풀린 운동화끈을 곱게 매어주던 그녀의 향긋한 머리카락 내음은 그대로 남아 있을까 고갯마루의 성황당은 지금도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섬이 된 그리움이지만 조그마한 달빛 다리 하나 놓아 손을 내밀고 싶구나 더 어둡기 전에 그녀의 맑은 눈에 금촌이 안기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석양이 붉게 타고 있다 빈 소저 小姐 유문 遺文 빈 소저 小姐 유문 遺文 행전 박영환 유 세차 모년 모일 維 歲次 某年 某日 내 속정을 아낌없이 바친 님에게 빈 소저 삼가 몇 자 올립니다. 한 때는 다정하고 포근하게 다가왔지요 허리를 잡고 입술을 훔칠 때만 해도 설마 단물만 빨아먹고 내팽개치는 위인일 줄 몰랐습니다. 이내 다른 치마폭을 찾으며 억센 구둣발로 면상이며 허리를 사정없이 구기박질러 거리에 내팽개칠 때 그 참담한 신세 눈물로 밤을 새웠습니다. 오호통재 嗚呼痛哉 바람에 뒤척이며 아는 체라도 하노라면 빈 깡통이 말이 많다고 또 다시 발길질을 하니 서러워서 가슴을 쳤습니다. 이웃집 담배꽁초며 껌 자국이 동병상련 하는 말 죽네 사네 쓰다듬고 애무하다가도 일순간에 원수취급을 하는 것이 인간들이라 우리는 이골이 났소, 너무 애달와 하지 마소. 버려진 병.. 밥 상 밥 상 행전 박영환 얼마 전, 고향집 창고 시렁 위에서 독상으로 쓰던 옛날 상들을 발견했다.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 밥상 문화가 바뀌면서 주인을 잃어버린 상들이었다.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먼지를 닦는 중 문득, 어린 시절 엄격했던 '밥상'의 모습이 떠올랐다. 옛날엔 어른과 아이가 한 상에서 밥을 먹는 예가 없었다. 간혹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상에서 먹는 풍경은 있었으나 아들과 아버지가 겸상을 하는 경우는 없었으며, 더더구나 남자와 여자가 같은 상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 집도 전혀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집은 대가족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및 고모, 그리고 우리 사남매, 또 농사일을 맡아 하던 머슴 두 명이 고정적으로 식사에 참여했다. 요즈음처럼 식탁이나 .. 이전 1 ··· 366 367 368 369 370 371 372 ··· 4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