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별 보고 들어와야지 별 보고 들어와야지 행전 박영환 어릴 때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먼동이 틀 때쯤이면 아버지는 대문을 활짝 열었고 할아버지는 쇠죽솥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닭 모이를 주느라 구구단을 외웠고 어머니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그때마다 나는 부시시 일어나 책상머리에 앉아 책 속에 들어 있는 글자들을 건져 올렸다 밖에 잡혀 나가지 않으려면 그게 제일 상책이었다 글자한테 오히려 코가 꿰여 머리를 내리박곤했자만 아닌 체, 번쩍번쩍 빛이나는 노다지를 캐는 듯 인내심을 발휘했다 놋그릇에 담긴 막걸리 한 대접을 비우고 난 할아버지 나의 어깨를 툭 치신다 나는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부지런해야 되는 거여 별 보고 나갔다가 별 보고 들어와야 되지 공부도.. 여윈 부처님 여윈 부처님 박영환 부처님은 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다 중생들은 그 마음을 모르고 자신들이 높은 줄만 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우리도 부처님같이' 선명하게 새긴 플래카드가 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가만히 다시 보니 거기에 몹시 여윈 부처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3.5.17. 부처님 오신 날에 초록 물벼락 초록 물벼락 행전 박영환 어쩌다가 초록 물감을 이렇게 쏟아버렸지 저런 저런 저항할 겨를도 없었을 텐데 용하게도 5월의 산과 들은 오히려 더 좋아서 주체할 수 없는 환희로 나풀거린다 덩달아 나도 초록 물벼락을 한 번 맞고 싶다 살아오면서 군데군데 찢어지고 빛바랜 흔적들을 꾸짖듯이 동이로 퍼부어 주시구려 작심을 한 듯 폭포수가 되어도 좋다 옷을 훨훨 벗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 풍덩풍덩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싶소. 이전 1 ··· 123 124 125 126 127 128 129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