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제 또 지나가리라 이제 또 지나가리라 행전 박영환 겨울나무가 탑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고독과 아픔이 에워싼 숲길 너무 굳어버려 새 소리마저 파고 들 때가 없다고 안타까워하고 주변을 배회하던 햇살 한 줌도 자리를 피하려 했다 빙벽의 개울가, 날카로운 돌들의 무서운 스크럼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몰라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평범한 진리도 거부하고 싶을 때 탑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서운 비바람이다. 그래도 이겨야 한다. 어렵지 않은 일 한두 가지더냐. 많이 지나왔고 또 지나가지 않았느냐. 이제 또 지나가리라 용기가 생겼다 코를 팽 풀고 드문드문 생기기 시작하는 새싹을 몸의 중심으로 옮기고 있었다 짐 짐 박영환 “자는 잠에 가야 할 낀데” 우리 어머니 연세가 드시면서 자주 하시던 말씀 “어무이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심니꺼” “잘못하기는 뭘 잘못해, 괜히 병들어 사람 짓 못하고 너거들에게 짐 될까봐 그러제” 마침내 여든넷 되던 해에 당신의 소망대로 밥 잘 드시고 드라마 다 보시고 잠자리에 들어 소록소록 먼 길을 떠나셨다 어려운 일 많다 해도 그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고 걱정이 많으시더니 소망을 이루신 것일까 한 번 가면 다시 못올 그 길인데도 짐이 되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느냐고 원망도 했는데 요즈음 이상하게 그 짐이 어머니의 일만 아닌 나의 일 같으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업고 가는 사람도 무겁겠지만 업혀가는 사람도 그 못지 않게 무거울 짐. 영화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 행전 박영환 같이 극장에 간 중학교 2학년 손녀가 펑펑 울었다 그 옆에 40대 그 어미도 울고 있었다 아내도 손수건을 얼굴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주책스럽게 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꽃분이네 가게의 덕수와 영자이다 독일에 간 광부와 간호사가 되어 탄광에서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독일인의 대소변을 받아낸다 베트콩의 총알이 목숨을 노리는 월남전선에서 한 다리를 잃고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방송국 앞 광장에서 목메어 외친다 마지막 대사가 가슴을 때린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 예” 우리 아버지도 장남인 나에게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아버지는 나를 보며 무슨 말씀하실까 꾸중이라도 하시지 않을는지. 이전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4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