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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네, 자네의 대답. 알겠네, 자네의 대답. 행전 박영환 복사꽃 그늘에서 잠든 친구야 마음 편히 쉬고 있니 마지막 떠나면서 복사꽃 언덕에 묻어달라고 했지 복사꽃 해맑은 웃음소리를 듣노라면 이승에서 만든 칙칙한 주름살이 펴질 것 같다고 했지 친구야, 도화주 한 잔 하게 복사꽃잎 바람에 날려 잔에 떨어지는구나 알겠네, 자네의 대답.
인연은 인연은 행전 박영환 언제 그렇게 연분을 맺었나 눈을 부릅뜬 가시가 무섭지도 않았는지, 그것 참 탱자나무 하얀 꽃잎 순백의 사랑, 너 마침내 토실토실한 탱자 열매를 얻었구나 가시가 못 말리는 이, 여기에도 있다 인연은 천하 없는 장사도 못 말리는 기라 허허 웃던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리는 날은 목을 길게 뺀 여름 햇살도 오히려 다정하여라 더운 목청 식히는 뻐꾸기 불러 드문드문 사연을 들려준다.
신발 신발 행전 박영환 늘 바닥에서 살아간다 얼굴도 목소리도 없이 스스로를 죽여 보람을 찾는다 땀이 있는 곳은 물론이고 물이나 불이라도 뛰어들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리어 닳은 맨살 그래도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고 다짐을 한다 발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그의 자랑이고 행복이기에 더더욱 신발끈을 조여맬 뿐이다 부모도 자식들의 신발이다 오로지 발만 생각하는 신발이 되어 다칠세라 지칠세라 보듬어 걷다가 발이 잠든 사이에도 댓돌에서 밤을 새운다 발은 얼마나 고마워하는가 그 모두 제 발품에만 동그라미를 치고 때로는 아픈 데를 콕콕 찌르기도 하지만 나는 괜찮다, 니들만 잘 되면 조용히 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