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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티재의 장모님 헐티재의 장모님 행전 박영환 헐티재는 아흔 일곱에 돌아가신 장인 어른과 아흔 살인 장모님이 만나는 고개다 "영감, 옛날에 보따리 이고 지고 참 많이도 넘었지요 호열자 돌림병을 피해 대구 파동을 떠나 월암리로 올 때도 아이들 공부하느라 대구에서 자취할 때 보따리 이고 갈 때도 아들 딸 결혼 혼수 가시러 대구 큰 장에 갈 때도 이 고개를 넘었지요 여름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겨울에는 저고리 안섶에 고드름이 달려도 늘 영감님이 있어 두렵지 않았습니다. 호강 고생이었지요 부부의 연을 맺고 같이 산 세월만 해도 일흔 해가 넘으니 그 동안 혼자 무엇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요. 죽을 먹어도 둘이고 밥을 먹어도 둘이었지요. 들에 나가도 둘이었고 시장에 가도 둘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혼자 지낼 준비가 전혀 안되었습..
와, 동백꽃 와, 동백꽃 행전 박영환 와, 동백꽃 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마음 ‘心’자처럼 생긴 지심도에 와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사람들 감탄의 연속이다 몹시 아프던 꽃샘잎샘을 잘 견디어낸 꽃송아리의 애잔한 눈빛은 바로 丹心 매화꽃 연분홍 치마도 왕대밭 죽순의 느긋한 기지개도 철썩이는 파도와 뱃고동소리도 민박집 파전의 지글거리는 향수도 동백꽃이 만들어 가는 섬 잔뜩 마음을 빼앗아 갔던 하나뿐인 사랑이란 꽃말의 의미가 향기 그 이후에 콩닥 쿵덕 가슴을 때리는 와, 동백꽃
개똥 개똥 행전 박영환 오늘 아침에도 곳곳에 흉한 오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휴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개똥인 듯 고향 마을 월촌 할배는 거름을 하기 위해 개똥망태 짊어지고 개똥을 주우러 다녔지만 별로 소득이 없자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며 애꿎은 풍년초만 죽여 냈다 월촌 할배, 이곳에 오면 천지삐까리 개똥보고 싱글벙글 하실 텐데 바다에 오리 떼 둥둥 뜬다 새까만 게 꼭 개똥같다 햐, 오리마저 개똥으로 보이니 개똥 세상이다 견공인들 부끄럽지 않을까 마카오 사람들은 곳곳에 개 화장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일을 보게 한다 이렇게 배려하는 곳이 있는 줄 알면 애견가랍시는 주인님들 많이 원망하겠지 똥을 괄시하면 얼굴에 똥칠 당하기 쉽다고 했던가 알고 보면 똥은 조물주가 내린 큰 선물이다 개똥이라도 잘 모시자. *처지삐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