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박영환
“자는 잠에 가야 할 낀데”
우리 어머니 연세가 드시면서 자주 하시던 말씀
“어무이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심니꺼”
“잘못하기는 뭘 잘못해, 괜히 병들어 사람 짓 못하고 너거들에게 짐 될까봐 그러제”
마침내 여든넷 되던 해에
당신의 소망대로
밥 잘 드시고 드라마 다 보시고
잠자리에 들어 소록소록 먼 길을 떠나셨다
어려운 일 많다 해도 그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고 걱정이 많으시더니
소망을 이루신 것일까
한 번 가면 다시 못올 그 길인데도
짐이 되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느냐고 원망도 했는데
요즈음 이상하게 그 짐이 어머니의 일만 아닌 나의 일 같으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업고 가는 사람도 무겁겠지만
업혀가는 사람도 그 못지 않게 무거울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