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키 재기
박영환
도토리 키 재기란 말은 도토리에게는 억울한 누명이다
올망졸망 정겹게 산 것이 죄라면 죄이지만
정녕 도토리는
한 번도 키를 잰 적이 없다
그는 작은 몸집이지만
한 해를 알뜰하게 살아 보석 같은 열매로
멧돼지나 다람쥐의 겨울 양식이 되거나
사람들에게는 뼛가루를 녹여 묵이 될 뿐
조금도 내가 더 통통하다느니 색깔이 곱다느니 떠벌리지 않는다
정작 사람들이 얼마나 키 재기를 하고 있는가
키재기의 대본에는 자랑과 다툼으로 가득 차 있다
가지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
속주머니에 그냥 두어도 될 일을 구태여 무대 위에 올려 커튼을 여는 심사는 무엇인가
막이 내릴 때쯤 관객은 그게 그것이라고 고개를 젓고 있는데도
까치발을 들어 한사코 우기는 그것이 키재기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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