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클리 클리 클리 클리 행전 박영환 도요새가 갈대숲을 헤집으며 삶의 무늬를 만든다 늪은 약속의 땅 꿀과 젖이, 긴부리를 촉촉하게 적셔야 한다 대륙과 대양을 힘들게 건너 찾아온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야윈 두 다리지만 몸을 맡길만 하여 고개숙인 입맞춤은 거룩한데 그들의 기도가 바람 속에 자꾸만 지워진다 클리클리 애원을 해도 꾹 다물고 있는 시린 늪 기껏해야 겨우 얻은 것은 여린 실지렁이 늘 배가 고프지만 클리 클리 힘을 다해 밝게 울어준다 또다른 계절이 목을 내밀면 구름 속에 몸을 맡긴다 나그네새 그대의 이름은 또 그렇게 바뀌고 파도에 쓸려가는 메아리 클리클리 * 클리 클리는 도요새가 우는 소리임 까치야 고맙다 까치야 고맙다 박 영 환 까치가 줄남생이처럼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읽고 있다 발가락마다 석양을 감았다가 어둠 속에 내려놓는다 줄넘기를 하듯 하루를 빙글빙글 돌던 까치들 언제나 단아한 목소리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다 날개는 흑과 백의 조화 흑은 백을 넘보지 않고 백도 흑에게 구차한 구걸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 튼튼한 부리가 있어 간절하게 쪼아도 지치지 않는다 둥지는 그들이 이룩한 생애의 꽃등 해 그림자, 달그림자를 닮은 새끼를 품는다 봄이 되면 ‘立春大吉’ 입춘서를 달 것이다 이 산과 저 산 이 마을과 저 마을 오작교가 걸린다 저녁연기를 먹고 어둠이 따뜻해지면 구들방에 옛날이야기가 익는다 -아부지요 까치 새끼 내어 주이소, 뭐할라꼬. 뽈뽈 날리구로예 -그라니께 너거 아부지 내어주더나 -힘들게 버드나무에 올라.. 늪의 마음 늪의 마음 행전 박영환 우포늪이 얼었다. 눈 쌓여 설국이다 겨울잠과 월동으로 천지가 적막하다 그래도 가슴 졸이는 숨구멍이 위안이다 물밑 물위 귀 걸어둔 빙점의 풍경 속에 철새들 하루 내내 두레박 끈 내리면 언 가슴 끙끙 앓으며 알았다는 시늉이다. 물로써 풀어낸다. 뭍으로 그려낸다 가슴이 넉넉한 생명의 큰 화폭 억만년 또 수억만년 둥지 틀고 기다린다 고개 들면 우리 삶도 흐를 데가 있을 터 손 내밀어 부르는 곳 내가 가서 머무를 곳 오늘은 늪의 마음을 바탕색으로 담는 날. 이전 1 ··· 137 138 139 140 141 142 143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