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야 고맙다
박 영 환
까치가 줄남생이처럼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읽고 있다
발가락마다 석양을 감았다가 어둠 속에 내려놓는다
줄넘기를 하듯 하루를 빙글빙글 돌던 까치들
언제나 단아한 목소리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다
날개는 흑과 백의 조화
흑은 백을 넘보지 않고 백도 흑에게 구차한 구걸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 튼튼한 부리가 있어 간절하게 쪼아도 지치지 않는다
둥지는 그들이 이룩한 생애의 꽃등
해 그림자, 달그림자를 닮은 새끼를 품는다
봄이 되면 ‘立春大吉’ 입춘서를 달 것이다
이 산과 저 산 이 마을과 저 마을
오작교가 걸린다
저녁연기를 먹고 어둠이 따뜻해지면
구들방에 옛날이야기가 익는다
-아부지요 까치 새끼 내어 주이소, 뭐할라꼬. 뽈뽈 날리구로예
-그라니께 너거 아부지 내어주더나
-힘들게 버드나무에 올라가서 내어주며 다리에 실을 매어주었는데 고놈의 실이 금방 풀리어 날라가뿟다
-너거 아부지 아무래도 실 한 벌만 맨 것 같다
-맞다 맞다, 니도 그래 생각 하나
-아들 말도 들어야 하고 까치도 살려야 하니 우짤끼고
언제나 단아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 치우치지 않고 넉넉하게 품은 흑과 백
간절하게 쪼아 자식을 위해 생애의 꽃등을 만들던 삶
바로 우리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이다
앞으로만 가고 있는 D를
후진 기어 R로 돌려놓은 까치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