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구들방에서 구들방에서 행전 박영환 구들방은 잠들지 않는다 입춘서 같은 따뜻한 기운에 문풍지도 감히 울지 못한다 노오란 개나리와 같은 추억들이 등짝을 파고든다 추억의 강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제마다의 색깔을 입고 떠내려가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따뜻함의 색깔은 그리움의 몫이다 어느새 마중물이 된 구들방에서 나는 지금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을 만나고 잘 데워진 물줄기를 젖줄인 양 받아 마신다 그리움은 사랑이다 어른들이 떠나면서 나는 몹시 여위어 있었다 불기운이 사라진 굴뚝처럼 외롭게 서 있었다 이제 다시는 아궁이에 불을 끄지 않으리 어느덧 구들방에 또 다른 삶의 언어가 밀려온다 구들방보다 더 따뜻한 손길이 다가온다 내가 잡고 있어야 할 가장 따뜻한 손길. 눈이 오는 날에 눈이 오는 날에 행전 박영환 눈이 오는 날은 40여 년 전 전방에서 같이 근무했던 전우들이 생각난다 무거운 방한복을 입고 눈을 치우던 일 그때는 제설차가 없었다 삽이나 빗자루가 전부였다 우리 소대가 담담한 구역은 2 키로미터 정도 소대장인 나는 대대장의 지시를 받고 소대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싫은 표정이 역력했다 오전 내에는 모두 치워야 보급차가 들어온다. 길을 치우는 것도 작전이다 무릎이 푹푹 빠지는 저 눈을 오전 중에 다 치워야 한다고 나도 안 되는 줄 안다 수첩에 받아 적은 대대장의 엄명을 열심히 뇌이는 것이다 거의 하루가 걸려 겨우 차가 다니도록 뚫어 놓았다 자고 나니 이크, 눈은 우리를 비웃듯 밤새 쏟아져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나는 다시 외칠 수밖에 없다 오전 중에 다 치워야 한다 김 상병이.. 한 치 앞 한 치 앞 행전 박영환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우냐 멋있고 여유있게 똑 바로 잘 걸어 다니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산으로 가고 있는지, 바다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불이나 물 가까이 있는 이이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발 한 치 앞을 알게 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지만 그 숙제는 조금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찾고, 우산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끝내 급류에 내맡기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이며 친구, 지인들의 얼굴들이 소멸되어도 그 자신은 물론 그 어느 누구도 구해낼 수 없는 것이다 명복을 비는 것이 그를 위한 마지막 우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픔이 있다 해도 곰곰 생각하면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한 치 뒤, 참담한 비극이 .. 이전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