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장미가 필 때마다 장미가 필 때마다 박영환 오월 중순 도타운 입술로 다가온 장미 그늘에서 돌돌 말아 건네주던 그 아이의 쪽지를 읽었다 초등학교 오학년 작은 가슴에 마구 퍼붓던 불 방망이 할 말이 있단다 친구들을 따돌리고 빈 도시락 딸깍거리며 걸어오고 있는데 무명치마에 숨겨온 삶은 계란을 턱 밑에 내밀었다 이게 뭔데 보면 모리겠나 헐거운 고무신 벗어 쥐고 도망을 치던 그 아이 가시나 계란이 할 말이가 달걀을 입에 깨무니 숨이 콱 막혔다 그 다음 해 아버지 따라 이사를 가야 한다며 장미꽃 한 송이 두고 갔다 영원히 잊지 않기다 그래 영원히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해마다 장미가 필 때마다 빠알간 꽃잎 속에서 걸어오는 그 아이를 만난다. 복사꽃 바보 복사꽃 바보 행전 박영환 분홍빛 고운 뺨이 4월의 산야를 밝힌다 붓끝으로 다듬고 다듬어도 꽃 마음이 그려놓은 화폭에 따를까 입맞춤일까 어깨동무일까 촉촉하게 땀이 밴 손으로 눈빛을 풀어 악수를 건넨다 고목 등걸에서 꿈을 일궈낸 꽃잎이 바람에 목말하여 둥둥둥 북을 친다 지친 삶을 다림질하는 화사한 노래는 생명의 환희를 연주한다 애틋한 열정이 있어 그 발자국은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어 눈물 바위도 걷어낼 계절의 노래가 되었어라 복사꽃이여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첫사랑의 미소를 다시 만난 듯 나는 바보가 되어 웃고 또 웃는다 복사꽃 바보. 태양산에 오르며 태양산에 오르며 행전 박영환 고향 뒷산 태양산 해오름길을 올라간다 큰 황소 *이까리 잡고 소 먹이로 다니던 길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가 풀을 잘 뜯어먹으면 그게 최선이고 행복이었다 *상내 난 암소라도 보이면 한사코 달려가고 싶어 황소는 눈이 벌겋게 몸부림을 치곤했었지 나도 발그레한 그녀의 얼굴이 밟혀 헛발을 디디면서도 온몸에 힘을 주어 이까리를 놓지 않았으니 그것도 죄업이었다 객지로 훌훌 떠난지 사십 여 년 소도 떠나고 그녀도 떠난 뒤 정말 오랜만에 그 길을 다시 오른다 소가 풀을 뜯던 자리에 소나무가 우거지고 군데군데 낯익은 어른들의 무덤이 들어섰다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밭고랑과 산비탈을 오르내리다가 두어 평 유택을 얻어 쉬고 계시는 어른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삭정이와 갈비가 지.. 이전 1 ··· 114 115 116 117 118 119 120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