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필 때마다
박영환
오월 중순 도타운 입술로 다가온 장미 그늘에서
돌돌 말아 건네주던 그 아이의 쪽지를 읽었다
초등학교 오학년 작은 가슴에
마구 퍼붓던 불 방망이
할 말이 있단다
친구들을 따돌리고 빈 도시락 딸깍거리며
걸어오고 있는데
무명치마에 숨겨온 삶은 계란을 턱 밑에 내밀었다
이게 뭔데
보면 모리겠나
헐거운 고무신 벗어 쥐고 도망을 치던 그 아이
가시나 계란이 할 말이가
달걀을 입에 깨무니 숨이 콱 막혔다
그 다음 해
아버지 따라 이사를 가야 한다며
장미꽃 한 송이 두고 갔다
영원히 잊지 않기다
그래 영원히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해마다 장미가 필 때마다
빠알간 꽃잎 속에서 걸어오는 그 아이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