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산에 오르며
행전 박영환
고향 뒷산 태양산 해오름길을 올라간다
큰 황소 *이까리 잡고 소 먹이로 다니던 길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가 풀을 잘 뜯어먹으면 그게 최선이고 행복이었다
*상내 난 암소라도 보이면 한사코 달려가고 싶어
황소는 눈이 벌겋게 몸부림을 치곤했었지
나도 발그레한 그녀의 얼굴이 밟혀 헛발을 디디면서도
온몸에 힘을 주어 이까리를 놓지 않았으니 그것도 죄업이었다
객지로 훌훌 떠난지 사십 여 년
소도 떠나고 그녀도 떠난 뒤 정말 오랜만에 그 길을 다시 오른다
소가 풀을 뜯던 자리에 소나무가 우거지고
군데군데 낯익은 어른들의 무덤이 들어섰다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밭고랑과 산비탈을 오르내리다가 두어 평 유택을 얻어
쉬고 계시는 어른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삭정이와 갈비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도
나무꾼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 나무하는 녀석들 내가 올라갈끼다
퍼떡 나가거라
목청 좋던 산지기 할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6·25 전쟁 중 지리산 공비 토벌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총경 어른의 무덤에 멧돼지가 주둥이를 내민 흔적이 보인다
겁 없는 멧돼지의 무모함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곳곳에 묵은 묘들이 보인다
한 때는 애통하며 정성스럽게 모셨건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어가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대가 끊어진 집도 있지만 자손들이 시퍼렇게 살고 있는 집도 있다
왕솔나무 뿌리가 가슴을 누를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참고 있을까
어느 유명한 선비가 타고 다니던 말의 무덤이 있다. 옛날에는 그 선비의 자손들이 선대를 생각하며 벌초도 했는데 이제는 오래된 잡목들이 묘 등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는 아리는 뒤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나무 사이에 용하게도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었다
숲이 환하다. 숲이 환하니 마음까지 환하다
꽃잎 몇 개를 따서 씹어 본다
진달래처럼 연분홍 홍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너무 많이 지나온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산에 올라가야 할까.
이까리: 고삐의 경상도 방언
상내: 암내의 경상도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