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
행전 박영환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우냐
멋있고 여유있게 똑 바로 잘 걸어 다니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산으로 가고 있는지, 바다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불이나 물 가까이 있는 이이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발 한 치 앞을 알게 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지만
그 숙제는 조금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찾고, 우산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끝내 급류에 내맡기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이며 친구, 지인들의 얼굴들이 소멸되어도 그 자신은 물론
그 어느 누구도 구해낼 수 없는 것이다
명복을 비는 것이 그를 위한 마지막 우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픔이 있다 해도
곰곰 생각하면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한 치 뒤, 참담한 비극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한 치 앞을 모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절대자의 섭리이고
마지막 배려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