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날에
행전 박영환
눈이 오는 날은 40여 년 전
전방에서 같이 근무했던 전우들이 생각난다
무거운 방한복을 입고 눈을 치우던 일
그때는 제설차가 없었다
삽이나 빗자루가 전부였다
우리 소대가 담담한 구역은 2 키로미터 정도
소대장인 나는 대대장의 지시를 받고 소대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싫은 표정이 역력했다
오전 내에는 모두 치워야 보급차가 들어온다. 길을 치우는 것도 작전이다
무릎이 푹푹 빠지는 저 눈을 오전 중에 다 치워야 한다고
나도 안 되는 줄 안다
수첩에 받아 적은 대대장의 엄명을 열심히 뇌이는 것이다
거의 하루가 걸려 겨우 차가 다니도록 뚫어 놓았다
자고 나니
이크, 눈은 우리를 비웃듯 밤새 쏟아져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나는 다시 외칠 수밖에 없다
오전 중에 다 치워야 한다
김 상병이 구시렁거린다
도대체 하느님은 자식도 키우지 않는 감
눈이 이토록 미워보기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