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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에 오십시오 무섬에 오십시오 행전 박영환 오셔서 보십시오 계절과 강이 숨바꼭질 하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며 달도 담아보고 별도 담아 보십시오 약간은 휘청 현기증을 느끼면서 덕분에 낯선 이의 손도 잡아보며 같이 웃어 보십시오 제 그림자에 놀라서 물속에 첨벙 뛰어들어도 거기 다시 껴안아 받드는 하늘이 있습니다 옷에 젖은 강바람이 사라지기 전 만죽재 툇마루에 앉으면 가을 허리에 느낌표 하나 만들게 될 것입니다 선비 밥상은 어떻소 두고 온 짐 도로 가지러 가지 마십시오 오늘은 이곳이 당신의 고향입니다 . * 무섬 : 경북 영주의 육지 속의 작은 섬
이서 들소리 이서 들소리 박영환 옛날 이서국때부터 그 농부들, 들소리를 부르며 고된 농사를 감당했다 이 농부의 들소리에 들이 일어나고 들이 잠들었다 “쪼루자 쪼루자 이 모구자리 쪼루자 쪼랐네 쪼랐네 이 모구자리 다 쪼랐네” 모찌기 소리에 모춤들이 눈을 비비고 이서 천지 넓은 들에 시집갈 준비를 한다 “모야 모야 노랑 모야 니 언제 커서 열매 열래 이 달 크고 훗달 커서 칠팔월에 열매 열지” 모내기 소리에 뿌리들이 흙냄새를 더듬는다 “이 논뺌이 논을 매서 천 석 만 석 솟아나지소 이 논뺌이 얼른 매고 저 논뺌이로 넘어가자” 땀방울 젖은 논매기 소리가 논 골에 출렁이면 오동나무 고동 소리도 메아리를 만든다 “사람 잡네 옹헤야, 사람 죽네 옹헤야 요놈도 때리고 옹헤야, 조놈도 때리라 옹헤야” 선소리꾼 뒤 소리꾼 주고받다 ..
배추를 심으며 배추를 심으며 박영환 청도시장에 가서 배추 모종 오십 포기에 오천 원 주고 무씨는 팔천 원에 사서 텃밭에 심었다 두 이랑 만들어 한 이랑엔 배추, 또 한 이랑은 무를 심었는데 무씨는 반 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투자 총액은 구천 원. 이때 주역은 아내이고 나는 조수이다. 나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거름이나 물을 들고 왔다. 이따금 구멍을 내고 골을 파는 흉내를 내었으나 그 때마다 깊다느니 얕다느니 핀잔만 듣는다. 그러나 비닐을 깐다든지 천을 덮는다든지 할 때는 내가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쫓겨나지는 않았다 밑천은 구천 원 들었지만 구만 원치 구박을 받았으니 결국 구만 구천 원이나 투자한 셈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구십만 원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식단에 오르고 아이들에게도 갈라 줄 것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