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친구

이서 들소리

이서 들소리

 

  

                                                                                박영환

 

 

옛날 이서국때부터 그 농부들, 들소리를 부르며  고된 농사를 감당했다

이 농부의 들소리에 들이 일어나고 들이 잠들었다

쪼루자 쪼루자 이 모구자리 쪼루자

쪼랐네 쪼랐네 이 모구자리 다 쪼랐네

모찌기 소리에 모춤들이 눈을 비비고

이서 천지 넓은 들에 시집갈 준비를 한다

모야 모야 노랑 모야 니 언제 커서 열매 열래

이 달 크고 훗달 커서 칠팔월에 열매 열지

모내기 소리에 뿌리들이 흙냄새를 더듬는다

이 논뺌이 논을 매서 천 석 만 석 솟아나지소

이 논뺌이 얼른 매고 저 논뺌이로 넘어가자

땀방울 젖은 논매기 소리가 논 골에 출렁이면

오동나무 고동 소리도 메아리를 만든다 

사람 잡네 옹헤야, 사람 죽네 옹헤야

 요놈도 때리고 옹헤야, 조놈도 때리라 옹헤야

선소리꾼 뒤 소리꾼 주고받다 보면  

고된 일도 흥을 타는 보리타작 도리깨질 소리

구야 구야 까마구야 어떤 사람 잘 살건만 이내 팔자 무슨 죄로

나무꾼 종사 늙어 갈꼬, 짝이 없는 이내 팔자

멀리서 들려오는 나무꾼 신세타령

노총각 한탄 소리 낮달을 안고 구슬프다

옥이야  순이야 어디 숨어 귀를 막는가

오호야 방아야나락도 찧고 보리도 찧고

삼천 석을 찧어내니  백옥 같은 현미로다

도꾸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 밟고 돌리고

쓸어 담다 보면 해 저무는 줄 모른다 

천근 망깨는 공중에 놀고 열두 자 말목은 땅 밑에 논다

이 못 막아 농사지을 때 년년 세세 풍년 들어라 어이여라 차

합심 단결한 힘찬 망깨소리에 용왕님도 감동한다

치나 칭칭 나네, 치나 칭칭 나네

세 벌 논매기 끝났으니 올해도 풍년이로고

상일꾼 소를 거꾸로 타고 동네 한 바퀴 돌면

농주에 너렁국, 칭칭이 소리에 온 동네가 들썩 들썩

이서국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들소리 따라 둥글둥글 피어오른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선 땅이 어깨를 내밀었다  (0) 2023.03.11
무섬에 오십시오  (0) 2023.03.11
배추를 심으며  (0) 2023.03.11
  (0) 2023.03.11
호박  (0)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