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친구

     뱀

 

 

 

                                                       행전 박영환

 

 

 

산을 허위적 허위적 오르는

어떤 남자가 뱀을 쫓아내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질긴 악연

막대기 하나에 힘을 주나 허공만 찢어진다

온몸에 짙은 문신을 하고 친한 듯 혀를 날름거리는

꽃뱀

기어이 내쳐서 보내야 한다

지지 않으려는 뱀의 휘어진 눈길이

수풀 속으로 잠시 피한다

머뭇거리지 말아라. 다시는 친한 체 하지 말아라

처절하게 외치고

간절하게 옷깃까지 여미지만

시린 산바람 속에 낙엽이 자꾸만 가슴을 흔든다

어디서 숨어온 두견새 휘파람 소리에

남자는 다리를 절룩이며 걸어가고 있다.

 

'시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서 들소리  (1) 2023.03.11
배추를 심으며  (0) 2023.03.11
호박  (0) 2023.03.11
열쇠와 자물통  (0) 2023.03.11
복사꽃이 피면  (0)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