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행전 박영환
산을 허위적 허위적 오르는
어떤 남자가 뱀을 쫓아내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질긴 악연
막대기 하나에 힘을 주나 허공만 찢어진다
온몸에 짙은 문신을 하고 친한 듯 혀를 날름거리는
꽃뱀
기어이 내쳐서 보내야 한다
지지 않으려는 뱀의 휘어진 눈길이
수풀 속으로 잠시 피한다
머뭇거리지 말아라. 다시는 친한 체 하지 말아라
처절하게 외치고
간절하게 옷깃까지 여미지만
시린 산바람 속에 낙엽이 자꾸만 가슴을 흔든다
어디서 숨어온 두견새 휘파람 소리에
남자는 다리를 절룩이며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