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심으며
박영환
청도시장에 가서 배추 모종 오십 포기에 오천 원 주고
무씨는 팔천 원에 사서 텃밭에 심었다
두 이랑 만들어 한 이랑엔 배추, 또 한 이랑은 무를 심었는데 무씨는 반 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투자 총액은 구천 원. 이때 주역은 아내이고 나는 조수이다. 나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거름이나 물을 들고 왔다. 이따금 구멍을 내고 골을 파는 흉내를 내었으나 그 때마다 깊다느니 얕다느니 핀잔만 듣는다. 그러나 비닐을 깐다든지 천을 덮는다든지 할 때는 내가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쫓겨나지는 않았다
밑천은 구천 원 들었지만 구만 원치 구박을 받았으니 결국 구만 구천 원이나 투자한 셈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구십만 원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식단에 오르고 아이들에게도 갈라 줄 것이니 아주 잘못된 셈은 아니다
잔소리를 해도 아내가 든든하다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 이렇게 늘 같이 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