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쇠죽가마 쇠죽가마 행전 박영환 퇴직 이후 문득 고향집 쇠죽가마가 생각나서 솥뚜껑을 열었는데 녹이 슬어 붉게 지쳐 있었다 걸레로 문지르니 삭은 쇠가 와르르 무너지며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 생겼다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우시장에 간 황소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물을 삶을 일이 없는 가마는 아궁이에 멍하니 걸터앉아 식은 눈으로 빈 외양간만 쳐다보고 있었다 몇 번 눈이 가도 무쇠이니 잘 견딜 것이란 생각으로 믿고만 있다가 당한 비극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놀라서 나의 가마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쉬고 있는 동안 녹물이 많이도 번졌다 “하마는 물을 먹어야 하고 가마는 불을 먹어야 하느니” 아버님의 말씀이 귓전을 때린다 소원이향순 11.06.02. 10:52 쇠죽삶던 구수한 향기에 취해봅니다 꽁깍지넣고 삶으면 소가 혀를 옆으로 여물을 .. 아! 청보리밭 아! 청보리밭 행전 박영환 아! 청보리밭 고창, 들녘에서 던진 말이다 그들은 아직도 병정처럼 도열하여 창을 높이 들었다 바람이 소매를 끌고 종달새가 눈총을 쏘아도 푸른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장대한 정신, 억척스런 고집 그들이 겨누는 곳은 어디일까 녹슨 솥에 소쩍새가 피눈물을 쏟던 보릿고개를 알고 있구나 창이 부러지면 까끄라기로 지켰고 마침내 아궁이 속에서 같이 앓던 보릿짚 외마디 탄식을 알고 있구나 고맙네 그대들이 있어 우리의 고갯길은 외롭지 않았다네 이제 그 고개의 좌표에 지평선 닮은 금 하나 긋고 눈을 찡긋하니 청보리 치맛자락에 통통하게 살찐 계절이 포근하게 안긴다 팔을 들어 외친다 아! 청보리밭. 청령포에서 청령포에서 행전 박영환 울어 밤길 예놋는 강 가슴에 파묻혀 별빛 잃은 밤하늘 목이 타서 쓰러질 때 어소御所의 여린 문풍지 얼마나 떨었을까 보았느냐 우리 님 흐르는 눈물을 들었느냐 폐부에 차오르는 흐느낌을 짓무른 사연을 안고 관음송 觀音松 붉게 젖다 그리운 왕비여 만날 날이 언제일까 망향탑望鄕塔에 팔 뻗지만 허공 위에 쓰러지니 돌 하나 올리는 일도 천근으로 무겁다 지난 일 그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두견새는 피눈물 머금지만 모두 다 가슴에 묻어 말이 없는 장릉莊陵이여 * 2011년 5월 6일,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단종을 추모하며 이전 1 ··· 330 331 332 333 334 335 336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