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죽가마
행전 박영환
퇴직 이후
문득
고향집 쇠죽가마가 생각나서
솥뚜껑을 열었는데
녹이 슬어 붉게 지쳐 있었다
걸레로 문지르니 삭은 쇠가 와르르 무너지며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 생겼다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우시장에 간 황소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물을 삶을 일이 없는 가마는
아궁이에 멍하니 걸터앉아
식은 눈으로
빈 외양간만 쳐다보고 있었다
몇 번 눈이 가도
무쇠이니 잘 견딜 것이란 생각으로
믿고만 있다가 당한 비극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놀라서 나의 가마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쉬고 있는 동안 녹물이 많이도 번졌다
“하마는 물을 먹어야 하고 가마는 불을 먹어야 하느니”
아버님의 말씀이 귓전을 때린다
소원이향순 11.06.02. 10:52
쇠죽삶던 구수한 향기에 취해봅니다
꽁깍지넣고 삶으면 소가 혀를 옆으로 여물을 밀어 넣으며
그 순한 눈을 꿈벅이며 참 맛있게 먹었는데 요즘은 사료만 먹이더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