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물 우물 행전 박영환 막내 누이가 기어이 저세상을 가고 난 뒤 고향집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여섯 살 때인가 두레박 따라 풍덩 빠져 목만 내어놓고 돌담을 붙들고 있었지 전혀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구출되어 한기와 공포로 떨고 있을 때 할머니, 두꺼운 내복 두 벌이나 사와서 입혔다 맨날 언니 것만 받아 입느라 새 내복 한 번 못 입다가 갑자기 새 것, 그것도 두 개나 생겼으니 입이 벌어졌다 "액땜 다했으니 이제 오래 살겠데이" 옆집 할매의 말씀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졌다 그렇게 그렇게 그 우물 먹고 잘 자라 시집가서 잘 살더니 젊은 나이에 갑자기 저 세상 사람 되어버렸다 어디로 갔는가 아무리 우물을 들여다 보아도 누이는 보이지 않는다 가는 길 아는 누이, 오는 길은 왜 모르는가 그날 이후 우물은 큰 못구멍이 되었다 새들의 비상과 평화 새들의 비상과 평화/ 2016년 1월 7일 / 부산 낙동강 하구/ 행전 박영환 오랜만에 부산 강서구 명지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이곳은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 을숙도와 이어져 있는 곳입니다. 같은 낙동강 하구로 을숙도 새가 이곳에 오고 이곳 새가 을숙도에 가니 바로 같은 곳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철새들은 수만리 길 마다않고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와 즐겁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새들도 가족이 있습니다. 많은 무리들이 섞여 있기에 잘 구별이 되지 않아도 자세히 보면 가족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새의 세계도 여느 동물의 세계처럼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끔찍합니다. 자식이 먹이를 찾고 있는 동안 부모 새들은 사방을 경계하여 자식들이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만일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즉시 .. 3월의 고니 3월의 고니 / 2015년 3월 15일 - 부산 명지 여유 행전 박영환 계절이 바뀐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벌써 3월인데 다른 고니 친구들은 벌써 고향에 가 있을 때인데 자네들 가족만 남았구려 여유인가 하기야 조금도 초조해보이지 않는구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넓은 습지를 마음껏 유영하며 먹이를 찾고 있으니 늘 낙천적이던 수호란 녀석 항상 바쁘지 않고 여유만만했다 초를 쪼개어 시험 공부를 할 때도 여자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쓰곤 했지 그러면서도 성적은 상위권 지금도 껄껄껄, 그는 아픔이 와도 쉽게 지우는 지우개를 가지고 산다 괜히 바빠서 종종거려야 그게 그거였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 한 번 그렇게 여유를 부린 적이 있었던가 이전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 4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