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행전 박영환
막내 누이가 기어이 저세상을 가고 난 뒤
고향집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여섯 살 때인가 두레박 따라 풍덩 빠져
목만 내어놓고 돌담을 붙들고 있었지
전혀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구출되어
한기와 공포로 떨고 있을 때
할머니, 두꺼운 내복 두 벌이나 사와서 입혔다
맨날 언니 것만 받아 입느라 새 내복 한 번 못 입다가
갑자기 새 것, 그것도 두 개나 생겼으니 입이 벌어졌다
"액땜 다했으니 이제 오래 살겠데이"
옆집 할매의 말씀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졌다
그렇게 그렇게 그 우물 먹고 잘 자라 시집가서 잘 살더니
젊은 나이에 갑자기 저 세상 사람 되어버렸다
어디로 갔는가
아무리 우물을 들여다 보아도 누이는 보이지 않는다
가는 길 아는 누이, 오는 길은 왜 모르는가
그날 이후
우물은 큰 못구멍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