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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왜가리 행전 박영환 지난 여름 그대는 미련이 남았는지 턱을 괴고 수평선 멀리 바라보다가 주황색 립스틱을 바르고 꽃신을 신었다 기어이 또 떠나려는가 겨울이 되자 댕기깃 조여매며 화장을 지웠다 기다려보자 친구들이 떠나갈 때도 손을 흔들 수 있는지 드디어 봄이 왔다 그대들 빈늪을 혼자 안았구나 이제 텃새라고 믿어도 되겠니 산이 건너와서 파도를 만난다 * 왜가리는 여름 철새이자 텃새이다. 강 하구나, 습지에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몸 길이가 93센티미터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백로과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새이다. 눈 위에서 뒷머리까지 2-3개의 검은 댕기 깃이 있다. 여름철에 부리는 주황색이고 다리는 붉은 색을 띤 갈색이나 겨울철에는 부리와 다리의 붉은 색이 사라진다. 날 때에는 목을 S자 모양으로 굽히고..
도요새 클리 클리 행전 박영환 도요새가 갈대숲을 헤집으며 삶의 무늬를 만든다 늪은 약속의 땅 꿀과 젖이 긴부리를 촉촉하게 적셔야 한다 대륙과 대양을 힘들게 건너 찾아온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야윈 두 다리지만 몸을 맡길만 하여 고개숙인 입맞춤은 거룩한데 그들의 기도가 바람 속에 자꾸만 지워진다 클리클리 애원을 해도 꾹 다물고 있는 시린 늪 기껏해야 겨우 얻은 것은 여린 실지렁이 늘 배가 고프지만 클리 클리 힘을 다해 밝게 울어준다 또다른 계절이 목을 내밀면 구름 속에 몸을 맡긴다 나그네새 그대의 이름은 또 그렇게 바뀌고 파도에 쓸려가는 메아리 클리클리 * 클리 클리는 도요새가 우는 소리임
군무/ 부산 명지 군무 2012년 1월 21일 오수 5시 명지 앞/ 행전 박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