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38)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안하네 미안하네 - 강아지의 주검 앞에 행전 박영환 그 아이들의 시신을 묻었다 티없이 맑은 백설같은 그들은 죽어서도 고왔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눈이 마주쳤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 애절한 그 눈동자에게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팠다 아름답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모두 살아날 권리가 있고 모두 지켜줄 의무가 있건만 그 약속들이 겨울의 찬바람을 넘지 못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겨울에 태어나지 말고 제발 가난한 어미에 의해 버려진 농막에 태어나지 말아라 사람만 계급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강아지의 세계에도 계급이 있는 것이 너무 슬프다 잘 가시게 명복을 빈다 미안하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 마음에게 마음에게 행전 박영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없다 늘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같아도 나도 모르게 도망을 갔다가 상처를 입고 들어온다 마음이 약해 내치치 못하고 품고 있어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때로는 못된 마음이 시기하고 미워하며 못된 세상의 잔치판을 벌인다 상처는 얼마나 잘 받던지 쓰잘머리 없는 말 한마디에도 금이 가서 끙끙 앓으며 밤잠을 설친다 얼마나 가볍던지 칭찬 한 마디에 세상을 얻은 듯 춤을 춘다 그래도 기다릴 줄 알고 분노를 삭이고 용서하는 추억을 만들자 아직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그 마음을 사랑합니다. 비슬산에 오르며 비슬산에 오르며 행전 박영환 용천사를 지나 천황봉으로 걸어갔다 신선의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바위에 앉아 저물도록 진달래 꽃물을 들이고 억새를 불러 계절의 노래를 나눈다 길은 길을 만들었다 끊어진 길을 바람이 이어주고 구름이 보듬을 때 나무들이 등불을 달았다 그는 평화이고 사랑이고 거울이다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4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