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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는 가숩니다 정미는 가숩니다 행전 박 영 환 신학기, Y 여중에 전출되어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학생들의 얼굴이며 신상파악이 전혀 되지 않은 첫날, 강정미란 학생이 결석을 했다. 생활 기록부를 조심스럽게 넘겼다. 강정미 - 전 학년도의 출석 상태도 좋지 못했다. 결석 28일, 지각 15회, 결과 3회, 조퇴 20회. 성적은 대부분 ‘가’이고 어쩌다가 몇 과목이 ‘양’이며 전교 석차는 621/621. 성적이나 출결 상태도 그렇지만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 아이의 나이였다. 중학교 3학년인데 19세, 고등학교 3학년 나이가 아닌가. 지난 2학년, 정미의 담임이었던 권 선생님을 찾았다. “정미가 첫날부터 결석을 했군요?” 정미란 말에 권 선생님은 설명하기 곤란한 듯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때 권 선생..
얼 굴 얼 굴 행전 박영환 오래 전 어느 학교에 근무할 때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이 드는 순간, 전화 벨 소리가 요란했다. 수화기를 들면서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새벽 두 시였다. "여보세요, 박 선생님 댁입니까?" "그렇습니다만은…." "선생님 계십니까?" "제가 박 선생입니다만, 무슨 일로..." 단잠을 깨운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잠도 덜깬 상태라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미안합니다. 밤중에…. 여기는 보현 파출소입니다." "파출소라고 했나요?" 잠결이라도 '파출소'란 말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네, 다름이 아니고, 선생님 반에 서형태라는 학생이 있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형태가 무슨 사고라도 저질렀나요?" "네, 일을 좀 벌였습니다. 미안하지만, 선생님께..
팔조령 팔조령박 영 환 내 고향과 대구는 칠 십리 길, 그 가운데 성곽처럼 우뚝 막아선 고개가 팔조령이다. 팔조령은 이름 그대로 여덟 개의 크고 작은 봉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다. 얼른 보기에는 밋밋하고 순하게 보이나 산을 타다 보면 이내 숨이 턱에 닿는 험한 산세다. 지금은 여덟 구비를 넘나들며 널찍한 아스팔트 도로가 시원하게 닦여 버스 등 각종 차량이 질주하고 있지만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나무뿌리가 발길을 잡는 좁은 길밖에 없었기에 걸어서 넘을 수밖에 없었다. 팔조령 고개 마루 정상에 산신당(山神堂)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사십대 부부가 성치 못한 아들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아이는 말도 몹시 어눌했으며,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항상 밑이 없는 전천후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