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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연꽃 행전 박영환 빗방울이 쪼아대는 군자정 난간 위에서 우리 장모님 아흔 두 살 손바닥에 연꽃을 건져 올린다 “곱다, 고와’ 어느새 아지랑이의 온기, 그늘 두꺼운 아픔, 언 못의 상형문자 이 모두 비우고 채워서 받들었다 “장모님이 훨씬 더 곱습니더” 뜬금없는 늙은 사위의 립서비스에 새악시 연꽃 볼로 붉어진다 그래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장모님, 지금 시집가도 되겠심더” *군자정은 청도군 화양면 유등리에 있는 넓은 연지(蓮池) 가운데 있는 정자임.
참새 타령 참새 타령 행전 박영환 겨울에 바람을 막느라고 문에 비닐을 쳐놓았는데 그 갈라진 틈에 참새 한 마리 들어가서 파닥인다. 녀석을 잡아서 날려주었더니 신나게 날아갔다. 녀석, 잘못하면 참새구이 될법한 이승과 저승을 오갔으니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할 말이 많겠지, 박씨라도 하나 물어오려나 하니, 아내가 응수한다. 다리가 성했는데 박씨야 기대하겠습니까, 그것도 그러네, 그래도 그 집 은혜는 잊으면 안 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겠지. 암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 집 방앗간은 그냥 지나가고 그 집 논의 나락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겠지요. 참새 대가리 같다는 말이 있는데 기억할까, 참새가 죽어도 짹 하고 죽는다고 하는데 기대해봅시다. 오랜만에 부부가 참새 타령에 웃었으니 그것만 해도 보..
우리의 이무기님 듣고 있나요 우리의 이무기님 듣고 있나요 행전 박영환 거북등 논에는 모들이 배배꼬였고 흙먼지 날리는 밭에는 작물들이 잎을 늘어뜨리고 제 그림자를 감고 있다 앞산도 뒷산도 모두 쨍쨍 뻐꾸기만 모진 소리로 자지러지는데 농심의 가슴에 화근내가 가득하다 천제의 뜻을 어기고 비를 내리게 한 뒤 이무기가 급히 침상 밑으로 숨던 날 대신 이목이 벼락을 맞았는데 그 이후 이무기도 같이 사라졌다 보양선사님 우리의 영웅 이무기는 지금 어디에 숨어 있나요 우리는 그의 등뼈 곧추 세운 절박한 반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쳐있는 불임의 땅은 응급실의 혼돈이다 사나운 채찍은 아예 박음질 너무 매워 시들어가는 소리 귀대어 흔들어보는데 죽어도 물에 빠져 자맥질을 하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란다. 우리의 이무기님, 듣고 있나요 운문사에는 이무기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