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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친구

노숙자

  노숙자

 

                                                                           행전 박영환

 

 

가슴에 빈들이 생기더라. 잡초만 도랑을 따라 일렁이며 햇살이 제것인양 손짓을 하더라. 빛이 곱던 열매들이 하나 둘 떠나 간 뒤 하릴없는 허수아비만 멋적게 웃고 있구나. 순이의 몸매처럼 부드럽던 논두렁도 들쥐가 수시로 드나들어 신음소리가 깊고 도랑물도 휘파람소리를 잃고 저만큼 울고 있더라. 조금씩 자라던 소망이 뿌리를 뻗으려 해도 한 치 아래 자욱한 자갈밭의 저항을 이기지 못한다. 빈들은 약속을 하지 않더라. 들안길 오솔길 고샅길에 세월이 어깨죽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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