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51)
도학군자(道學君子)인 동추공(同樞公)이반(李礬) 선생의 운수정(雲水亭)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문화연구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장


청도군 매전면 동산리 동창천변에 이름이 똑 같은 두 문중의 ‘雲水亭’이 있다. 한 곳은 고성 이씨, 또 다른 한 곳은 밀성 박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먼저 고성 이씨의 ‘운수정’을 찾았다.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 곁 유유한 강물이 흐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ㄱ자형 집이다.
원래 이 정자는 곰티재 동쪽 주민들을 구휼하기 위한 창고 즉 사창(社倉)의 청사였다. 그런데 이 청사가 오랜 세월에 노후(老朽)하고 또 창고와 인접하여 화재 위험도 있었다. 이에 고을 분들이 새로 부임한 송간(松澗) 황응규(黃應奎) 군수에게 건의하여 이전하기로 하였는데 이 때 군수가 군민들에게 가장 신망이 높은 모재(慕齋) 이반(李礬, 1541〜1609) 선생에게 이전 공사를 관장해 줄 것을 부탁했다.
모재공은 양헌공(襄憲公) 이원(李原)의 5대손이며 공조참판(工曹參判)에 증직된 이교(李郊)의 아들이다. 용모가 출중하고 천품이 남달랐으며 문장이 뛰어나 도학군자(道學君子)란 칭호를 받기도 했다. 높은 덕 곧은 성품, 아름다운 의리는 향중을 감동케 하였고 효도 또한 고을을 넘어 널리 알려져 있었다. 만년에 공은 오래 수(壽)하고 덕망이 있어 가선대부(嘉善大夫)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의 품계에 이르렀다. 공의 슬하에는 예빈시 봉사 이수(李洙), 중추부사 이단(李湍), 충의위 이담(李潭), 호군 이개(李漑) 사형제를 두었다.
아무튼 공은 1577년(선조 10) 새 청사 건물을 완공했는데 그 규모가 웅장하고 정교했다. 황 군수는 매우 만족하여 운문산(雲門山)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 있는 집이니 ‘雲水亭’이라 함이 마땅하다고 하면서 ‘운수정소서(雲水亭小叙)’를 썼다. 그 후 모재공은 이 정자에서 일을 하면서 궁핍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힘쓰고 간간히 유림들과 더불어 풍경을 즐기고 시를 읊는 명소로 활용했는데 불행히도 임진왜란의 병화로 소실되었다. 이를 후손들이 매우 애석하게 여겨 1939년 중건하였으며 김재화(金在華)가 ‘운수정중건기(雲水亭重建記)’를 썼다. 현재 이곳에는 매년 4월에 향중 유림과 고성 이씨들이 운수정계(雲水亭契)를 조직하여 동지중추부사 모재공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임진왜란 때 모재공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그 당시 동생인 이경(李磬)을 비롯한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의병을 일으켜 전쟁터에 나가자 52세이던 공은 노부모를 모시고 가족과 함께 경남 밀양 산내면 인곡리 구만산 중턱에 피난을 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1개의 바위에 2개의 굴이 있었는데 마침 그곳에 일직 손씨(一直 孫氏) 들도 피난을 오게 되어 아래 굴은 모재공, 위의 굴은 일직손씨 가족이 살았다. 그런데 지금도 그 굴 앞에 축대를 쌓아 마당을 만든 흔적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공의 둘째 딸과 셋째 딸이 손씨 형제와 연을 맺어 혼례를 올린 장소라고 한다. 이런 인연이 있는 두 집안이기에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재공의 묘향에 매년 일직 손씨 후손들이 참제하고 있다.
‘동추공’이란 시제로 글을 올리며 정자를 나섰다.
물결이 흰 구름을 갈아입는 언덕에
도학군자 한 분 자리 잡고 있어
시인은 붓을 들고 화공은 화폭을 펼쳐 그려보려 하나
높고 깊은 그 모습 담지 못하네
어느 때 그 누가 채워서 바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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