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지역 서원•재실•고택 탐방(52)
소요당(逍遙堂)과 삼족당(三足堂) 선생이 도학을 논하고 구휼(救恤)을 하던 운수정(雲水亭)
행전(杏田) 박영환(朴永桓)
청도문화연구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장


청도군 매전면 동산리 동창천변의 암반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운수정(雲水亭)을 찾았다. 이곳은 밀성 박씨가 관리하고 있는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전면에는 퇴와 툇마루를 두어 마루와 연결하였고, 사방에 헌함(軒檻)을 돌려 누마루로 꾸몄다.
원래 이 곳은 1518년(중종 13)에 소요당(逍遙堂) 박하담(朴河淡, 1479∼1560)과 삼족당(三足堂) 김대유(金大有, 1479-1552) 선생이 청도 곰티재 동쪽 지역 주민들이 산간지대에 살고 있기에 화물유통이 어렵고 교통이 불편한 점을 고려하여 조세(租稅)에 대한 편의와 천재(天災)가 닥쳤을 때 구제하는 등 빈민 구호 기관의 성격을 띤 창고 즉 사창(社倉)을 설치했던 곳이다.
이렇게 사창(社倉)이 설치된 지 2년 후인 1520년(중종 15)에 소요당과 삼족당 두 분은 그 옆에 사창을 관리하는 창청(倉廳)인 정자를 마련하여 운수정(雲樹亭)이라 편액(扁額)을 달았다. 그리고 두 분은 이곳에서 구휼(救恤)에 힘쓸 뿐만 아니라 도학을 논하고 유생들에게 학문을 전수하니 군수와 향민(鄕民)들이 두 분의 위대한 경륜과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 정신에 우러러 받들어 흠모하였다.
그 뒤 두 분이 돌아가신 뒤 1568년(선조 원년), 이의경(李宜慶) 군수의 주선으로 유림들이 두 분의 고명한 행적과 도의사표(道義師表)의 덕을 추모하여 이곳에 위판(位版)을 봉안하고 향사를 받들어 향현사(鄕賢祠)라 하였다. 이는 순흥(順興)의 소수서원(紹修書院)과 영천(永川)의 임고서원(臨皐書院)과 더불어 원사우(院祠宇)의 창시(創始)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후 1577년(선조10), 당시 송간(松澗) 황응규(黃應奎) 군수가 사당이 사창에 너무 가까워 화재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소요당이 살았던 금천면 신지동 선암(仙巖)으로 이건하게 했다. 그 때 사당 이름을 선암사(仙巖祠)라 하고, 스스로 이건기(移建記)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정자도 새로 터를 잡아 창고를 관리하는 집으로 완공하였으며 역시 황 군수가 운수정 소서(小叙)를 지었는데 이때부터 정자 이름을 운수정(雲水亭)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
그 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전쟁 통에 소실되었는데 1934년에 소요당 후손들이 선대를기리는 마음으로 새로 복원하였다.
얼마 뒤 1939년 대구 구암서원(龜巖書院)에서 유림들이 총회 즉 도회(都會)를 열어 많은 유림들이 계원으로 참여하는 운수정 계(契)가 이루어 졌다. 그러나 일제 말기 전쟁 중이라 계회를 열지 못하다가 일제 패망 후 1974년(甲寅)에 향중 유림들의 공의(公議)로 새로 계를 재건하고, 1977년 계회(契會) 시에 도유림(道儒林)까지 합류하여 도유림수계(道儒林修契)로 복구 확대되어 그 이후 4년에 한 번씩 유림초청 시회를 열어 왔다. 1975년에 이어 2008년에도 중수했으며 송준필(宋浚弼)이 쓴 ‘운수정 중건기’와 이가원(李家源)이 근찬한 ‘운수정 중수기’ 가 대청 벽에 걸려 있다.
‘운수정’이란 시제로 글을 올렸다.
청도의 큰 어른이었던 소요당과 삼족당 두 분
곳곳에 그 자취 남아 있어
늘 흠모의 마음 가득한데
이곳 운수정에서 다시 한 번 깊게 느낀다
도학을 논하고 학문을 전수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보살펴 구휼을 하던
그 크고 따뜻한 마음
대를 이어 유림들이 시회를 열어 흠모하며 우러러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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