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 그 소나무
행전 박영환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막걸리를 마시다니
아마도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겉으로 보기는 순하디 순한 얼굴
어쩌면 부처님의 모습을 빼닮은 그가
왜 그렇게 술을 마실까
생각하면, 절집에 사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을 터
얼마나 많은 염원에 시달렸을까
새벽달 찬이슬 젖은 애타는 소망 들으며
아파하다가 더 아파버렸으니
비록 500년 노송이래도 참기는 힘들었을 터
결국 어깨가 축 처져 턱이 땅에 닿은 뒤
울컥 목이 메어 마시게 된 것일지도 몰라
그에게 사람냄새가 난다
뚝심 좋은 척 우뚝 섰지만 여리고 순한 것이
흡사 옆집 형님 같다
그래요, 같이 한 잔 합시다
오늘은 제가 한잔 권하겠습니다.
*청도 운문사 소나무는 수령이 500년 넘는 노송이다. 해마다 삼월 삼짇날을 전후하여 영양 보충을 하기 위해 막걸리 열두 말을 주고 있다. 소나무에게 있어 막걸리는 링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따금 다른 이유 때문에 소나무가 막걸리를 마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